매출 2조원 목전 '아워홈' 매각 수순 밟나…오너家 리스크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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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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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 '3자매 동맹' 깨고 장남과 손잡아 막내 축출
'재무구조' 개선 앞세운 배당 축소에 반발 지속
지분 매각 가능성…장남 '의지' 변수 속 노조는 불안


국내 2위 단체급식업체 아워홈이 3년 만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장녀 구미현씨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막내 구지은 부회장을 사내이사직에서 밀어냈다. 구 전 부회장을 끌어내릴 당시 자매와 손잡았던 장녀가 이번엔 장남과 의기투합을 한 셈이다.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구씨 일가 사남매가 또 다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회사는 또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특히 이사회에 들어간 장녀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연매출 2조원에 근접한 회사의 안정적 운영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아워홈 본사 ⓒ아워홈 제공


3년 전엔 '자매 동맹', 지금은 '남매 동맹'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축출됐다. 아워홈은 지난 17일 주주총회를 열고 장녀 구미현씨와 구씨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 후보로 하는 주주제안을 가결시켰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사내이사의 재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오는 6월 사내이사 임기만료를 앞둔 구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밀려난 것이다.

이같은 주총 결과는 지분 싸움에서 밀린 탓이다. 아워홈은 고 구자학 회장의 사남매가 회사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38.56%로 가장 많이 갖고 있고, 이어 막내 구지은 부회장이 20.67%, 차녀 구명진씨 19.6%, 장녀 구미현씨 19.28% 순으로 보유 중이다. 장남과 장녀의 찬성에 막내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무산된 것이다. 

앞서 장녀인 미현씨는 2020년 구본성 전 회장이 보복 운전 등 논란을 빚자 이듬해인 2021년 나머지 두 자매와 손을 잡고 의결권 공동 행사 협약을 맺었다. 당시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될 때 까지 세 자매의 의결권을 통일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주총을 열어 구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그 이전까진 미현씨는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의 편에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구지은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복귀하는 동시에 처음으로 대표이사 자리에도 올랐다.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발인식이 2022년5월1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배우자 이숙희 씨(맨 앞줄)와 막내딸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왼쪽에서 5번째), 장남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맨 오른쪽), 장·차녀인 미현·명진씨가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본성' 대표 시절의 1/10로 축소한 배당에 반발

자매들과 공동 전선을 맺고 구 부회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지만 '허니문'은 채 3년이 가지 못했다. 업계에선 미현씨의 이런 결정엔 배당 축소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 취임 이후 적자 상태의 아워홈 실적 정상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22년 매출 1조8354억원, 영업이익 5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매출은 2조원에 육박한 1조9834억원을, 영업이익은 942억원을 냈다. 이 가운데 순이익은 707억원으로 전년보다 세 배가량 급증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배당을 대폭 축소했다. 실적이 좋아지면서 지난해에는 30억원, 올해는 60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업계에선 배당 규모를 줄인 데 대해 미현씨가 크게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남인 구 전 부회장 시절이었던 2020년엔 배당금 총액이 456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자매 동맹의 균열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미현씨가 2023년 주총 당시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 총액 456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막판 해당 배당안을 철회했지만 구 부회장은 미현씨의 반발을 봉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현씨가 올해 다시 오빠와 전선을 구축하며 구 부회장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아워홈 제공


한 차례 경영권 매각 시도…노조 "고용불안 조장"

이제 업계의 관심은 미현씨의 행보다. 사내이사로 참여한 그는 경영활동을 해보지 않았고 남편 역시 직접 경영에 참여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전문경영인을 사내이사로 합류시켜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현재 아워홈 자본금 기준에 따라 사내이사 2명으로는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어 추가 선임이 필요한 상태다.

이에 더해 지분 매각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22년 미현씨는 구 전 부회장과 함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58%에 육박한다.

변수는 있다. 구 전 부회장이 여전히 경영권 탈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주총엔 자신의 장남 재모씨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구 전 부회장은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다시 일어나자 회사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22일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 노조는 성명을 내고 "대주주들이 사익을 도모하고자 지분 매각을 매개로 손을 잡고 아워홈 경영과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현씨 부부의 이사직 수용 철회 및 구본성 전 회장의 주식 매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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